반깁스와 민트초코의 위로
며칠 전부터 손목이 계속 아팠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인대가 늘어난 건지, 아니면 뼈에 실금이 간 건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엑스레이 결과를 보신 선생님은,
뼈에 금이 간 것 같다고 하시며 반깁스를 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약을 처방받고 약국으로 향했지만,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깁스를 한 손목을 바라보며, 낯설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매일 저녁 어머니를 목욕시켜 드리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상이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제 그 일들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반깁스이긴 하지만, 목욕시킬 때는 잠시 풀고 조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제 손목이 얼마나 무리를 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돌봄 속에서 제 몸도 지쳐가고 있었던 거겠지요.
약국에 도착하니 평소 알고 지내던 약사님께서 제 손목을 보고는 깜짝 놀라시며,
앞으로는 더 조심하셔야 한다고 걱정해주셨습니다.
약국 옆에 있는 베스킨라빈스가 눈에 들어왔고,
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좋아하는 민트 초코칩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습니다.
위로가 필요할 땐, 마음을 다독여주는 작은 달콤함이 필요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깁스한 손을 바라보았는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꼭 제 손이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아이스크림도 평소보다 덜 달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제 마음이 지쳐 있어서였겠지요.
오늘로 반깁스 이틀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주일 뒤에 다시 와보라고 하셨고,
그때도 나아지지 않으면 CT 촬영을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부디 제 손목이 얼른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일상도, 어머니를 돌보는 시간도 모두 이 손목에 달려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