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엄마와 함께한 하루, 그리고 시술 이야기
지난 일요일 낮부터 어머님께서 오른쪽 귀 뒤편 머리가 아프다고 계속 호소하셨습니다.
제가 만져보니 머리 뒤쪽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통증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잠을 잘못 주무신 건 아닐까 싶어,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드렸습니다.
그날은 미용실에 파마 예약이 되어 있던 날이었습니다.
많이 아프다고 하셨지만, 미리 약속된 일정이기도 하고
기분 전환도 될까 싶어 모시고 나가 머리를 자르고 파마도 하셨습니다.
저녁에는 막내 동생네와 함께 중국집에서 짜장면도 드셨고요.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이셔서 단순한 근육통이겠거니 생각하며 진통제만 드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월요일, 주간보호센터에 어머님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낮, 주간보호센터 원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께서 오른쪽 머리 뒤쪽부터 목덜미까지 많이 아파하시고,
얼굴도 붓고 눈도 자꾸 깜빡이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음식도 잘 드시고, 잠도 주무시니 하루이틀정도면 괜찮을 거라 여겼는데,
원장님은 병원 진료를 꼭 받아보시라 권하셨습니다.
화요일 아침,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후두신경통과 비슷한 증상 같기도 했지만,
신경외과 원장님께서는 엑스레이를 보시고 5~6번 목 디스크가 의심된다고 하셨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 촬영을 권유하셨고,
사실 저도 몇 년 전 그 병원에서 두 번이나 목 디스크 시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느꼈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고통을 어머님께서 겪고 계셨다니…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어머님은 수면 주사를 맞고 겨우 MRI를 찍으셨고,
역시나 시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일 시술이 가능하다는 말에, 바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검사가 끝난 후 어머님과 함께 시술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 시술대에 오르시라고 하자,
옷을 벗는 상황에서 극도로 불안해하시며 강하게 거부하셨습니다.
저도 간호사님들도 어머님을 진정시키느라 한참을 애썼습니다.
결국 옷을 입은 채로 시술대에 오르셨고,
간호사님께서 옷을 가위로 잘라 준비를 진행하셨습니다.
시술 도중에도 어머님은 큰소리로 고통을 호소하셨지만,
의료진의 노련한 대응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술 후 어머님은 1일 입원실로 옮겨지셨습니다.
영양제와 무통 주사를 맞으셨지만,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셨고, 시술받은 기억도 없으셨습니다.
링거를 자꾸 빼려 하셔서,
부득이하게 스카프와 내복 바지로 어머님의 손을 살짝 묶어야 했습니다.
몇 번이고 풀고 다시 묶고, 그러다 싸우기도 하고…
그날 밤은 단 한숨도 자지 못하고 네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도 정말 많이 지쳐버렸습니다.
그래도, 시술을 받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목이 뭉친다”, “어깨가 아프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제가 너무 가볍게 넘겼던 게 마음에 걸려 깊이 후회되었습니다.
이틀이 지난 지금, 어머님은 시술받은 기억이 전혀 없으십니다.
하루 종일 주무시다가,
갑자기 “아기 안고 집에 가야겠다”고 하시며 복도를 서성거리셨습니다.
한참을 따라다니며 데리고 들어오고, 또 나가시고…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집에서 좀 더 편히 쉬시게 하려고 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저와 어머님이 바라는 건 단 하나,
지극히 평범한 일상입니다.
가족을 잊으셔도,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천천히라도 걸어주실 수만 있다면,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하실 수만 있다면.
그 흔한 평범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지금의 저는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치매 15년 차,올해로 83세가 되신 제 어머님.
표현은 서툴지만,
그 안에는 고통도, 외로움도, 사랑도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제 어머니 김영예 여사님께서는 오래오래 살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그건 어쩌면,
제가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을 어머님을 통해 대신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매가 되어도 괜찮은 사회,
그런 세상에서 어머님께서 조금 더 평온하게 살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도, 무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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